📌 을사년, 그리고 ‘을씨년스럽다’ – 단어 속에 숨은 민족의 기억
🌫️ 스산한 바람이 부는 날, 문득 떠오르는 말
“오늘 날씨, 참 을씨년스럽다.”
흐리고 바람은 차며, 기분까지 울적해지는 날.
우리 일상 속에서 가끔 꺼내 쓰는 이 말,
사실 그 어감 너머에는 아픈 역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.
🕰️ 1905년, 을사년(乙巳年) – 빼앗긴 주권의 해
1905년, 육십갑자로 **을사년(乙巳年)**이라 불리던 그 해는
조선이라는 나라가 외교권을 일본에 강제로 빼앗긴 해입니다.
우리가 기억하는 ‘을사늑약’,
이른바 ‘제2차 한일협약’이 체결된 바로 그 해죠.
이 조약은 고종 황제의 서명도 없이,
일본의 군사적 위협 속에 일부 친일 대신들이 몰래 체결한 것으로,
대한제국은 이때부터 자주 외교권을 상실하고 일본의 보호국이 됩니다.
📍 을사늑약 주요 내용 요약:
-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
- 일본이 통감부를 설치해 한국의 외교 및 내정을 간섭
- 한국 정부는 일본의 사전 승인 없이 외국과의 조약을 체결할 수 없음
고종은 이 조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
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하기도 했지만,
결국 퇴위당하고 말았습니다.
🩸 ‘을사오적’과 민족의 분노
조약 체결에 협력한 다섯 명의 대신은
이완용, 박제순, 이지용, 이근택, 권중현으로,
역사에 **‘을사오적(乙巳五賊)’**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.
이후 수많은 의병과 애국지사들이 목숨을 걸고 항일투쟁에 나서지만,
민족의 상처는 깊게 남게 됩니다.
🌫️ ‘을씨년스럽다’ – 단어에 담긴 암울한 기억
흔히 우리는 ‘을씨년스럽다’라는 표현을
날씨나 분위기가 쓸쓸하고 음산할 때 사용합니다.
하지만 이 단어의 뿌리를 들여다보면
“을사년처럼 암담하고 비참한 상황”을 표현하는 민중의 언어라는 설이 전해집니다.
을사년 → 을사늑약 → 나라 잃은 슬픔 → 을사년스럽다 → 을씨년스럽다 (음 변화)
이처럼 지금 우리가 쓰는 '을씨년스럽다'는 말 속에는
1905년, 나라가 침탈당하던 민족의 절망감, 공포, 스산함이
무의식적으로 녹아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.
🪧 마무리하며 – 단어는 시대의 기억을 품는다
‘을씨년스럽다’는 단지 음산한 날씨를 표현하는 단어가 아닙니다.
그 속엔 한 시대의 상처, 억눌린 분노, 빼앗긴 주권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.
1905년 을사년,
그 암울했던 시간을 기억한다면,
오늘 쓰는 말 하나도 가볍게 지나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.